의원론
서경에 쓰여 있기를 약을 복용한 후 어찔한 증상이 없으면 그 병이 낫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상나라 고종 때에 벌써 명현하는 약의 경험이 있어서 고종이 탄복까지 하였다. 그러하니 의약의 경험이 그 유래가 벌써 신농,황제 때보다도 오래된다는 전설은 진실하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본초와 소문이 신농, 황제의 손에서 나왔다고 함은 진실하다고 믿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신농, 황제 시대에 문자가 응당 없었으리라는 것은 그후 얼마간 지내온 시대의 문자로 그 쓴 방법이 매우 서툴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나라 말엽부터 진나라 한나라 이래로 편작이 유명하였고, 장중경이 이를 습득하여 비로소 훌륭한 학자가 되어 저서를 내놓음으로써 의학이 비로소 발전되었다.
장중경 이후에 남북조와 수나라 당나라 의학자들이 이것을 계승하여 저술하였고 송나라에 이르러 주굉이 이것을 상세히 습득하여 활인서를 저술하니 의학이 더욱 발전되었다. 주굉 이후에는 원나라 의학자 왕호고, 주진형, 위역림 등이 이것을 계승하여 저술하였다. 명나라에 와서는 이천과 공신이 자세히 이것을 습득하였고, 허준이 이것을 자세히 전수하여 동의보감을 저술하니 의학이 다시 발전하게 되었다. 대체로 말한다면 신농, 황제 이후 진나라 및 한나라 이전의 병증 약리는 장중경이 전하였고, 위나라 및 진나라 이후 수나라 및 당나라 이전의 병증과 약리는 주굉이 전하였고, 송나라 및 원나라 이후 명나라 이전의 병증과 약리는 이천, 공신, 허준 등이 전하였다. 만약 의학자들의 근로한 공적을 두고 말한다면 장중경, 주굉, 허준 등을 으뜸이라 하여야 할 것이며, 이천과 공신을 그 다음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본초는 신농, 황제로부터 수천년동안 세상에 전하여 내려온 역사를 보면 신농때 본초가 있었고, 은나라 때에 탕액본초가 있었고, 당나라 때에는 맹선의 식료 본초와 진장기의 본초습유가 있었고, 송나라 때에 방안상의 본초보유와 일화자본초가 있었고, 원나라 때에 왕호고의 탕액본초가 있었다.
소음인의 병증 약리는 장중경이 거의 상세하게 발명하였으나, 송나라, 원나라 및 명나라의 모든 의학자들이 남김없이 상세하게 발명하였다.
소양인의 병증 약리는 장중경이 절반이나 상세하게 발명하였고, 송나라, 원나라 및 명나라의 모든 의학자들도 거의 상세하게 발명하였다.
태음인의 병증과 약리는 장중경이 대략 초보적인 것을 알았으나, 송나라, 원나라 및 명나라의 모든 의학자들이 훨씬 더 약리를 발명하였다.
태양인의 병증과 약리는 주진형이 대략 초보적인 것을 알았다. 이렇게 된 연후에 본초에서 대략 약리가 있게 된 것이다.
나는(동무선생) 의학 경험이 있은 지 5000--6000 연후에 태어나 옛사람들의 저서에 의하여 우연히 사상인의 장부와 성리를 깨닫고 책을 한 권 지어서 그 이름을 '수세보원'이라고 하였다. 저서 중에 장중경이 논한바 태양병, 소양병, 양명병, 태음병, 소음병 궐음병은 병증으로서 이름을 지어 놓은 것이고, 내가 논한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은 인물로서 이름을 지어 놓은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혼돈하여 보지 말아야 할 것이며 또 꾸준하게 연구한 연후에야 가히 그 뿌리를 찾아내고 그 가지와 잎을 채취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릇 맥법이란 것은 증상을 가려내는 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그 이치가 부, 침, 지, 삭 한 데 있는 것이니 반드시 그 기묘한 이치까지 탐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며, 삼음, 삼양이란 것은 변증하는데 다른 것과 같은 것을 감별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그 이치가 배, 등, 표, 리에 있으니 반드시 그 경락의 변화까지 연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옛 사람들이 육경 음양으로 병을 논하였으므로 장중경이 상한론을 저술함에도 역시 육경 음양으로써 병증을 밝혔다. 머리와 몸이 아프고 열이 나며 오한이 나고 맥이 부한 것을 가리켜 태양병증이라 하고, 입맛이 쓰고 목구멍이 마르며 눈이 어질어질하고 귀가 멍멍하며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고 한열이 왔다갔다하여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맥이 현하고 세한 것을 가리켜 소양병증이라 하고, 오한이 나지 않고 오히려 오열하며 땀이 저절로 나고 대변이 건조한 것을 가리켜 양명병증이라 하고, 배가 그득하고 때로 아프며 입이 마르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지 않으며 저절로 설사하는 것을 가리켜 태음병증이라 하고, 맥이 미세하고 잠만 자려고 하며 입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하고 저절로 설사하는 것을 소음병증이라고 하고, 처음부터 복통과 저절로 설사하는 등의 증이 없고 상한에 걸린 지 6--7일에 맥이 미완하고 손과 발이 싸늘하며 혀가 굳고 음낭이 줄어드는 것으로 이를 궐음병증이라고 하였다. 이 여섯 가지 병증 속에서 _삼음병증은 모두다 소음인의 병증이고 소양병증은 곧 소양인의 병증이고 태양병증과 양명병증은 소양인, 소음인, 태음인 병증이 고루 들어있는데 소음인의 병증이 가장 많다._
예로부터 의약법방이 세상에 유행하여 여러 번 경험이 축적된 것을 장중경이 수집하여 저술하였다. _대개 옛날 의사들은 사람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탐욕하며 기뻐하고 성내며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지나치게 하는 것이 병이 됨을 알지 못하여_ 비위음식과 풍, 한, 서, 습에 침범된 것만 병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므로 그 병론과 약론이 모두다 소음인의 비위 음식 중에서 나왔고 소양인의 위열증에 약이 간혹 있으며 태음인, 태양인의 병정에 대하여서는 전혀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기백이 말하기를 상한병은 제 1일에 거양이 병을 받는다. 그러므로 머리와 목이 아프며 허리와 척추가 뻣뻣하고, 2일에는 양명이 받으니 양명은 살을 위주로 그 맥이 코 옆을 지나 눈에 연락되어 있다. 그러므로 몸에 열이 있고 눈이 아프고 코가 마르고 잠을 자지 못한다. 3일에는 소양이 받으니 소양은 담을 주로 하며 그 맥이 옆구리를 따라서 귀에 연락되었다. 그러므로 가슴과 옆구리가 아프고 귀가 멍멍하다. 삼양 경락만 다 그 병을 받고 아직 내장에 병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므로 땀만 내면 되는 것이다. 4일에는 태음이 받으니 태음맥은 위장에 분포되어 있으며 목구멍으로 연락되어 있으므로 배가 그득하고 목이 마른다. 5일에는 소음이 받으니 소음맥은 신장을 관통하여 폐장에 연락한 후에 혀의 뿌리에 연속되었다. 그리므로 입과 혀가 마르고 갈증이 난다. 6일에는 궐음이 받으니 궐음맥은 성기를 돌아서 간장에 연락되어 있다. 그러므로 가슴이 답답하고 음낭이 수축된다. 3음 3양 5장 5부가 다 병을 받아서 기혈이 순행하지 못하고 5장이 통하지 못하는 것이니 곧 사망하는 것이다.
음양 두경락이 다 함께 병들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양감상한이라 하는 것은 감한 자가 1일에 거양과 소음이 같이 병든 것이니 즉 머리가 아프고 입이 마르고 답답하다. 2일에는 양명과 태음이 같이 병든 것이니 즉 배가 부르고 몸이 열하며 음식을 먹지 못하고 헛소리를 한다. 3일에는 소양과 궐음이 같이 병이 드는 것이니 귀가 먹고 음낭이 수축되면서 손발이 차고 물과 미음을 넘기지 못하고 의식도 없으니 6일만에 사망하는 것이다. 그 죽는 것은 모두 6--7일이고 그 치유되는 것은 모두다 10일 이상인 것이다.
나는 말하기를 영추 소문은 황제를 거짓 칭하였으므로 괴상하고 황당하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대체로 방술자들의 말이 혹 이와 같을 수도 있는 것이니 반드시 굳이 비판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글이 역시 옛사람의 경험이고 5장 6부, 경락, 침법, 병증, 수양 등에 대하여 서로 발명한 지식을 열어준 바가 많으니 실로 이것은 의학가의 연구의 중심이며 싹과 기맥이 나오는 원천이니 전반적으로 그가 기만하였다는 죄상으로 그 발명한 공로를 말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대략 이 글도 역시 옛적에 고상한 지식자의 말이며 또는 기술자들이 수양을 위주하고 저술한 것이니 그 학리는 참고할 만한 것도 있으나 그 말은 다 믿을 것도 아니다.
기백이 말한 거양 소양 소음경 병은 모두 소양인 병이요, 양명 태음경 병은 모두 태음인 병이요, 궐음경 병은 소음인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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